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변화와 기회에 대하여

경쟁을 두려워할 것인가?

 

 

[매경시평] 경쟁을 두려워할 것인가

[매일경제 2007-04-22 20:02]    
광고
잭 웰치는 GE 최고경영자로 20년 동안 재임하면서 획기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14조원이었던 GE의 시장가치를 410조원이 넘는 위대한 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그 비결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잭 웰치 경영의 핵심은 종업원간 경쟁을 극대화시켜 사력을 다해 회사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업원의 성과를 매년 평가해 생산성이 가장 낮은 종업원 10%를 해고하고 가장 높은 20% 종업원에게는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 결과 무기력했던 GE는 해를 거듭할수록 활기찬 초우량 기업으로 변모해 갔다.

 

경쟁은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기원전 3세기 서(西)지중해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카르타고와 경쟁을 통해 위대한 로마가 탄생했다. 세계 최고 브랜드 자산을 보유한 코카콜라의 배후에는 이등기업 펩시콜라의 끊임 없는 도전이 있었다.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간 경쟁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기폭제였다.

 

경쟁의 대표적인 것 중 하나로 대학입시를 꼽을 수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대학 입시경쟁은 세계에서 제일 치열하지 않나 싶다.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학업에 매진하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바로 이 살인적인 입시경쟁이야말로 우리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입시 경쟁을 경험한 젊은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국민과 경쟁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학부형의 얘기가 생각난다.

 

"자식 미국 유학 너무 일찍 보내면 안 됩니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한국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쟁에 익숙해져야 하거든요. 우리나라 학교에서 경쟁을 해 본 학생에게 미국 공부는 식은 죽 먹기랍니다."

 

치열한 입시경쟁 그 자체는 우리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의 획일적인 교육정책을 바꿔 학생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에 공교육이 와해되고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교육의 붕괴란 경쟁을 외면한 공교육 기관이 경쟁으로 무장한 사교육 기관에 패배했음을 의미할 따름이다.

 

공교육을 살리는 길은 잭 웰치식 경쟁논리를 도입하는 것이 묘책일 수 있다.

 

모든 교사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공교육기관에 유능한 교사가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교육 시장에 유능한 교사가 몰리는 것은 그들 능력과 열정에 따라 보상을 철저히 차별화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 전교조가 여러 이유를 들며 교원평가제 실시를 반대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학생들 자의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학교 뜻대로 교사를 평가해 보상을 차별화할 수 있다면 공교육기관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입시경쟁이 우리 사회의 최대 경쟁력이라면 입학 후 경쟁 부재는 최대 취약점이다.

 

대학 입학은 어느 나라에서보다 치열하지만 졸업은 너무나 평이해 방황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경쟁 없는 대학생활이 불안해서 고시공부를 시작했다는 대학생도 있다. 미국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딴 생각을 품을여유가 없다.

 

이런 현상은 대학입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학 도서관마다 공무원, 공기업 등 이른바 '신(神)이 내려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생들로 북새통이다. 신(神)의 직장에는 내부 경쟁이 주는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에 둔감한 조직은 국가와 조직 구성원에게 재앙과 같은 존재다. 신의 직장이 제공하는 단기적인 편안함이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경쟁력 상실이라는 독(毒)으로 변할 것이다.

 

하루빨리 대학 입학보다 졸업이 힘들고, 공무원 되기보다 그 직분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경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에게 미국이 두려운 것은 경제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건국 이래 경쟁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란 원칙을 가장 잘 지켜온 나라다. 경쟁으로 무장한 미국은 세계 각국을 다니며 상호 무역장벽 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한ㆍ미 FTA는 이런 미국과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쪽이 경쟁을 덜 두려워하는지에 달려 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