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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극심한 취업란..불안한 미래...대학생 마음병...

 

 

극심한 취업난…불안한 미래… 대학생 ‘마음병’ 위험수위

[조선일보 2007-04-19 05:07]    

서울대 2년새 10명 자살 강박·우울증 상담 급증 대학들 대책 마련 ‘비상’

취업난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 경쟁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 망상(妄想) 같은 정신적 고통을 앓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학들의 교내 상담실에는 정신질환 및 심리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상담건수가 늘고 있고,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하는 학생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문을 열었던 학내 보건소 신경정신과를 이번 학기부터 주 5일 운영하기로 하는 등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대학생 정신질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자칫 대형 사고(事故)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범인 조승희(23·버니지아공대 영문학과 4학년·자살)도 우울증세를 보이는 등 평소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박증, 불안감에 시달리는 대학생들

작년 여름 서울대 불문과 4학년 A씨가 집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교내 상담실에서 한 차례 상담을 받은 직후였다. 당시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장으로서 학생 상담업무를 총괄했던 김명언 교수는 “알고 보니 그 학생은 1학년 때부터 학교 정원이나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옷을 벗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는데도 주변에서 모두 쉬쉬했었다”며 “일찍 상담을 시작했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강박증, 우울증 등으로 자살한 서울대 학생은 10명에 이른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사립대를 다니고 있는 이모(21)씨는 현재 조울증으로 병원에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병원에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에 와서 보니 나는 영어도 못하고 ‘벌레’ 같은 존재였다”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선배나 친구와 어울리지도 못한 그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컴퓨터 게임 중독에 걸려 세수도 하지 않고 5일 동안 게임만 한 적도 있었다.

서울 S여대 4학년 김모(여·22)씨는 작년 한 해에만 학교 상담실에서 심리 상담을 38차례 받았다. “공강(강의와 강의 사이의 빈 시간)과 휴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고, 이러다간 좋은 직장에 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심해져 상담실을 찾았다”는 것이다. 상담결과 김씨는 심각한 강박증을 앓고 있었다.

◆심리 상담건수 2년 새 두 배 늘어

심리적 문제로 상담을 받는 대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세대 상담센터의 경우 2003년 1364건이었던 상담건수가 2006년 3485건으로 2.5배 증가했고,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도 2004년 191명이었던 상담자 수가 2005년 285명, 2006년 320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대학생들이 급증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진로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운대 신지영 전임 상담원은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이 하루 10~15명에 이른다”며 “정상인과 정신병자의 경계에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 중 상태가 심해져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나는 학점 4.4에 토익 만점”이라며 자기 경력을 과장하는 망상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격렬한 입시 경쟁을 치른 대학 신입생도 입학 후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지난해 신입생을 상대로 다면적인성검사(MMPI)를 실시한 결과 신입생 200여명이 정신질환 위험군(群)으로 분류됐고, 이 중 35명이 상담을 받았다.

◆대학들 ‘정신 건강 챙기기’ 나서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자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는 선배가 후배를 맡아 상담을 해주는 멘토(mentor)제도를 도입하고, 작년부터는 신입생 모두에게 정신건강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세대는 2005년부터 ‘마음교육론’ 수업을 개설했다. 이 강의를 담당하는 황금중 연세대 교수(교육학과)는 “요즘 학생들은 과제, 시험, 취업에 쫓기면서 선배 세대보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하다”며 “강의시간에라도 한 번쯤 자기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게 하자는 의미에서 수업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지은 상담전문위원은 “학생들이 선배와 교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학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