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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마음의 평안

백두대간 등산로

 

 

백두대간 개방? 봉쇄?

[MBC TV 2007-04-13 21:30]    
[뉴스데스크]

● 앵커: 우리 한반도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산줄기 백두대간, 등산인이라면 한 번 종주해 보고 싶은 코스일 텐데 적지 않은 구간이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출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나 못 들어간다고 해도 계속 새 길이 날 정도로 등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아예 등산로로 만드는 게 좋을지 아니면 더 철저히 막아야할지, 김경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북녘 백두에서 솟구쳐 설악과 태백을 넘어 힘차게 내달려온 산줄기가 남녘 지리산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곳.

 

속리산 국립공원의 대야산입니다. 거대한 암석과 깊게 우거진 수풀림이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가족끼리, 직장 동료끼리, 산악회 회원들도 무리를 지어 산에 오릅니다. 하지만 여기는 대부분 구간이 출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산을 조금이라도 탄다는 사람들은 이 코스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백두대간이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김화순(등산객) : "친구들이 일단 백두대간 갔다와야 어디 등산했다고 큰소리 치더라고요.그러니까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등산객들이 지나간 곳을 보면 어김없이 새로운 길들이 나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길이 생겨 하나였던 길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길이 닳도록 사람들이 오르 내리면서 주변 나무들은 허연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등산로를 막아놓자 바로 옆에 새로운 등산로가 생겨났고, 다시 막자 이처럼 또다른 등산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월악산 국립공원 남쪽 끝자락에 있는 포암산.

 

출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철조망이 끊어져 있고 철조망 밑으론 이미 길이 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다니다 보니 움푹 패인 등산로는 마치 거대한 방공호처럼 돼버렸습니다. 나무들은 뿌리가 약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합니다.

 

● 이성환(산림청 등산지원팀) : "이 나무는 올 여름에 비 한 번만 내리면 땅 자체가 파여서 완전히 수로를 메우고.."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하는 백두대간 가운데 남한 지역은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684 km로, 웬만한 등산인이라면 이 구간 종주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빨간 표시로 된 13곳, 95킬로미터 구간은 출입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론 백두대간 종주는 불가능합니다. 누군가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자랑한다면 그 사람은 한 구간당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하고 출입금지된 13구간을 합쳐 모두 과태료 650만원을 내야 마땅하다는 얘기입니다.

 

● 이상배(등산객) : "몰래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은...하하..가기는 가야 되겠고..."

이쯤 되자 산림청이 최근 등산 지원 기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출입금지 구간을 포함해 백두대간 전체를 등산로로 개방한다는 겁니다. 어차피 등산객을 막을 수 없을 바엔 차라리 등산로를 양성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산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훼손된 등산로의 경우 나무 계단 등을 설치해 복구하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다는 계획입니다.

 

● 박은식 팀장(산림청 등산지원팀) : "새로 길을 내는 게 아니고, 이미 난 길에 대해 과도하게 이용해 문제가 있는 곳은 개선하고 정비해서 안전성 문제를 보완하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출입금지 구간에서 이른바 \'도둑 산행\'을 해야만 했던 등산인들에겐 반가운 소식입니다.

 

● 한문희 총대장(자유인클럽 산악회) : "아주 바람직합니다. 이미 난 길을 정비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환경 단체들의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백두대간을 등산로로 만들면 더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들고 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야생 동식물의 90% 가까이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 백두대간을 개방할 게 아니라 더욱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나공주 팀장(국립공원관리공단 보전팀) :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에 개방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입니다. 탐방객들이 무질서하게 이용하는 곳은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죠."

 

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새로운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변화에 맞춰 한시적으로 개방을 하거나, 백두대간 종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신고제나 허가제로 길을 터주자는 겁니다.

 

작년에 우리나라 성인의 80%가 한 번 이상 산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등산객들의 여가 활동을 보장해 주면서 백두대간도 잘 보존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MBC뉴스 김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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