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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가시화하는 도시.농촌 대립

[해외논단]가속화하는 도시·농촌 대립
[세계일보 2006-10-27 10:54]    
앨빈 토플러 美 미래학자

유엔은 2007년 사상 처음으로 도시 거주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5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30년에는 전체의 6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의 도시 집중이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유엔의 인구 증가 예측이 다소 과장되기는 했으나 이러한 인구의 도시 집중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경제학자와 생태학자, 인구학자, 도시학자 등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고 이들은 앞으로의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유혈충돌 가능성까지 가져올 도시화에 대해 충분한 주의가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

 

사실 도시와 농촌 간의 충돌은 오랜 일이다. 도시민들과 농촌민들은 서로를 얕보고 경멸한다. 도시는 농촌으로부터 온갖 부패와 탐욕, 해악, 방탕과 기생(寄生)의 온상으로 비난받아왔다. 반면 농촌 사람들은 도시민들로부터 어리석고 무지한 조롱거리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러나 영국과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수많은 농민들이 농토를 잃고 도시 노동자로 전락할 때까지만 해도 반(反)도시화 감정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과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도시와 농촌 간 충돌은 ‘제1의 물결’ 세력과 ‘제2의 물결’ 세력, 즉 지주세력과 상업-산업세력 간의 이해 대립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광범위하게 보면 농산물 및 토지 가격을 비싸게 받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낮추려는 도시인들의 대립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농민들이 농토를 잃고 그 농토에 공장과 호텔, 산업단지, 쇼핑센터들이 들어서는 대신 농민들은 도시 노동자로 전락하는 중국에서 도농 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볼 수 있다. 영국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하루 230건의 농민 시위가 발생했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보다 14%나 늘어난 420억달러를 농촌 개발에 투입하는 등 중국에서는 이에 대한 불안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도농 간 유혈 충돌이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는 지난 8월 3000명의 농민들이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로를 바꾸는 데 항의, 도로를 봉쇄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5명이 숨지기도 했다.

 

또 농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집권한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되고 마약 재배를 금지하려는 아프가니스탄 중앙정부와 마약 재배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탈레반 반군 간의 대립, 코카 재배를 둘러싼 콜롬비아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의 대립, 농민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멕시코의 민주혁명당(PRD)과 도시민들을 주요 지지층으로 하는 국민행동당(PAN) 간의 충돌에 이르기까지 도시와 농촌 간의 대립과 충돌은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도시와 농촌 간의 대립이 가난한 후진국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 농민들이 낮은 농산물 가격에 항의, 정부청사 앞에 자신들의 농산물을 투기하고 낙농업자들이 싼 우유 값에 항의하기 위해 리옹의 슈퍼마켓을 공격하는 등 보다 비싼 값을 받으려는 농민들과 가능하면 가격을 낮추려는 도시민들 간의 대립은 흔하다.

 

미국에서도 물을 둘러싼 도시와 농촌 간 대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17개 주에서 20년 내에 물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인구 50만명이 채 못 되는 와이오밍 주가 인구 3400만명의 캘리포니아 주와 똑같이 2명의 상원의원을 뽑는 등 농촌 지역이 정치적으로 과다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문제도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많은 나라들에서 도시와 농촌 간 대립을 부르고 있다.

 

이러한 대립과 충돌은 경제 및 인종, 종교 문제들과 결부돼 진행되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개념 자체가 변할 것이 틀림없어 더욱 확대되고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