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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강남의 가을 4 : 추석을 보내며...... 1

 

 

 

강남의 가을 4 : 추석을 보내며...... 1

 

 

                                                                                         강남 뉴욕제과 뒤 먹자골목

 

추석날을 부산 시댁에서 보낸 딸 부부가 다음날 서울로 올리와서 저녁에 우리 부부와 같이 요즘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관상'이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대전 아들네는 둘째 손주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은 관계로 추석날 굳이 올라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추석날은 우리 부부 둘이서 다소 쓸쓸했지만 단촐하게 조용히 차례를 지냈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추석날 하루를 보냈다. 힘있고 권세있는 자가 자신의 권위와 부귀영화를 위해 고집을 피우면 힘이 약하고 권세가 없는 일반 서민이나 종속된 사람들, 그리고 백성들은 피곤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정이나 사회, 군대나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백성들을 위하지 않은 정치적 정쟁이나 투쟁은 모두가 탐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 권총자살, 화재, 방화, 전복사고, 해상 침몰사고, 음주운전, 가족간 논쟁과 싸움 등으로 죽고 다치고 장애인이 되었고 죄인이 되었다. 

 

 

 

                                                                          강남대로가 바라 보이는 골목에서

 

 

 

이번 추석에는 대전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추석에 올라오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여러 차례 전화가 와서 마누라와 통화했다. 번거롭고 위험하고 힘든 서울길을 체면치례 때문에 올라오는 것을 내가 반대했고 처가 식구들이 많은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직장과 집, 큰 아들과 작은 아들로 인해 정신이 없다고 한다. 도우미 아줌마도 일주일 정도 사용하고 돈이 아까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들은 지난 번 나의 편지를 보고 느낀 점이 많은지 이제는 말하는 태도와 생각이 다소 달라진 느낌이 든다고 마누라가 말했다. 결혼한 자식은 점차 인연의 끈을 삭히며 부모에게 더 이상 기대지 않도록 비록 매몰찰지 몰라도 정을 서서히 끊어나가는 것이 스스로 성장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명절난 집안에 일가친척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핏줄을 확인하며 북적되는 것이 일종의 행복이기도 하지만, 오기 힘든 자식들을 굳이 오도록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로 만날 수 있는 다른 좋은날도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추석 때 부산집에 내려간 사위가 굳이 추석 다음 날 서울로 올라와서 장인.장모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한다. 그 정성과 마음에 가륵하고 고맙기만 하고 아직 자식이 없는 사위가 굳이 올라와서 보내겠다니 특별히 마누라가 거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추석 다음날 영화를 보고 다음날에는 등산을 가자고 하였다고 했다. 아마 사위는 결혼 직전 돌아가신 자신의 친아버님이 생각나는지 처가에 대한 배려가 미안할 정도이다.

 

 

                                           버거킹 가게를 찿아서...... 맥도날드보다 버거킹 햄버그가 더 맛있다고 한다

 

난 극장에서 영화를 본 지도 오래되었고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딸 부부가 원하니 우리 부부는 같이 가기로 했다. 부산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처가집 어른을 위해 부리나케 올라 온 사위와 딸의 마음과 정성에 감사하고 싶을 뿐이다. 저들은 우리 부부를 위한답시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지만 2시간 가까이 어두운 곳에서 꼼작 못하고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나에게는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시간이 그리 자주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어쩌면 두 번 다시 어려운 귀중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흔쾌히 마누라와 같이 가기로 했다.

 

 

                                                                                                  버거킹 가게 전경

 

 

추석 다음날 저녁에 영화 시작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관계로 강남 메가박스 근방에서 만나 버거킹 가게에 들러 햄버그와 콜라로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사위는 얼마 전 직장의 본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요즘 주말 부부를 하고 있다. 년말에는 먼저 딸애를 미국 어학연수를 3개월 정도 보낸다고 하고 그곳에서 직장이나 자리가 잡히면  나중에는 이곳을 모두 청산하고 사위도 같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 잘 되면 미국으로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갈 모양이다. "그래 너희들 좋은대로 하거라" 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들 부부의 마음 속에는 섭섭하지만 그들의 꿈이 그렇고 새로운 땅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비자를 받아 놓은 상태이고 년말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2월 27일 출국 예정으로 비행기표까지 예매해 놓았다고 한다. 저들끼리 열심히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 듯하지만 마누라는 못내 섭섭한 마음인 모양이다.

 

 

 

   

                                                                   영화를 기다리며, 마누라와 딸 부부

 

 

우리는 상영시간이 가까워 오자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올라기니 입구 라운지에는 다음 상영을 시간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많고 그 중에는 우리처럼 중년이 넘은 사람도 더러 보인다. 교고 졸업 후 사관학교에 입학 하기전 대구 신천동 우리집 근방에는 변두리라 허름한 영화관이 있었다. 당시 특차였던 사관학교는 합격하면 가입교 일자가 두 달 정도 남은 상태라 시간이 넉넉한 상태였고 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영화를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단돈 500원인가 1,000원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전 두 편, 오후 두 편씩 연속상영하는 영화관이었다. 비록 대부분 상영이 오래된 지난 영화지만 그 때 많은 영화를 본 것 같다.

 

 

                                                                    딸과 우리 부부

 

나는 주로 감명깊은 영화만을 주로 보는 데, 대부분의 영화는 흥행을 목적으로 제작되지만 감명을 주는 명화는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요즘처럼 한 두편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여 그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 주인공이 일약 스타가 되는 그런 반짝 배우가 아니라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면서 시나리오를 충실히 소화하여 개성을 잘 표현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노력으로 시나리오 속의 인물이 되기 위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배우가 좋다. 물론 관상에 나온 배우들도 자기개발을 꾸준히 하면서 배우로서 자기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배우도 있다.

 

                                                                  

                           

 

 

영화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도박처럼 중독이 되기도 쉽다. 새로나온 영화를 무조건 보아야 하고 그것을 남에게 자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와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상과 이념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영혼이 없는 영화, 쾌락적이고 의미도 없는 스토리 전개, 외국의 대작 모방, 폭력을 영웅화시키는 영화, 여배우 옷 벗기기에 주력하는 영화, 허구와 거짓으로 재미만을 추구한 영화, 막장 드라마처럼 불륜, 가정 폭력, 미혼모, 범죄 등을 주내용으로 제작된 영화는 한마디로 저질 영화다.

 

과거 어떤 정권에서 그 지역 조폭이 대거 서울로 진입하면서 조폭 세계의 주도권을 잡고 폭력 영화가 대량으로 제작되었는데 대부분 폭력과 조폭을 영웅화시키는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용공.친북 세력들에 의해 제작된 영화가 상영금지 된 적도 있다. 우리나라 영화계나 연예계에는 사상적으로 오염된 용공, 친북 세력이 많이 포진되어 있고 남한의 이승만 정권을 비하시키고 북한 김일성 정권을 정통성 있는 정권으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세간에 뜨겁게 달구지고 있는 한국사 논란도 교육계를 점거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들, 특히 친일.친북 세력들에 의해  한국사가 난도질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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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관상이란 영화에 대해서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살펴 보았는데 세조 시절 이야기를 배경으로 시나리오가 작성된 내용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 한가지를 참고로 싣는다.

 

 

 

운명에 체념해야 했고, 역사에 짓눌린 영화 '관상'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를 만들었던 한재림 감독의 복귀작 ’관상’. 우선, 영화 ‘관상’은 출연 배우들 만으로도 흥행이 예고(?)되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빵빵’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충무로의 가장 신뢰받는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서 ‘도둑들’과 ‘신세계’를 통해 흥행 배우로 거듭난 이정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김혜수,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 조정석, 최근 열애설이 터진 백유식(을 이렇게 설명하는 것을 용서하길), 그리고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종석까지.. 배우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다. (이 정도의 오버도 이해를..)도둑들의 성공 이후, ‘멀티 캐스팅’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관상’의 성공 포인트는 이 배우들의 능력과 캐릭터를 얼마만큼이나 스크린 속에 잘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배우가 있더라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형편 없는 수준이라면 두고 볼 것도 없겠지만.

 

‘스포일러’를 최대한 지양하기 위해서, 결국 에둘러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선,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스포일러’의 위험을 피해가도록 해보자. ‘관상’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는 단연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자성 역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풍성하게 만들었던 그는 ‘관상’에서도 마성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정재는 달라졌고 분명히 성장했다. ‘도둑들’을 대성공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신세계를 통해 확고한 안정감을 구축했다면 ‘관상’에서는 그 자신감과 안정감이 마음껏 발산됐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조선 최고의 관상쟁이인 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결코(소금인형에서는 실망했으므로 ‘결코’라는 말은 과장이지만)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다. ‘설국열차’에서의 적은 분량 탓에 마음껏 감상하지 못했던 그의 연기를 ‘관상’에서는 흠뻑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대사 호흡법, 목소리, 눈빛, 표정, 동작, 감정의 조절.. 배우 송강호가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특히 내경의 처남인 팽헌 역을 맡은 조정석과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캐릭터를 유행시켰던 조정석은 ‘관상’을 통해 ‘한국의 조니뎁이 되겠다’는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송강호와 조정석은 마치 시소를 타는 것처럼, 적절하게 힘을 배분하며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앞서 언급한 세 명의 점수는 확실한 플러스다.

 

 

 

 

하지만 김혜수, 백윤식은 아리송한 플러스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김혜수와 백윤식은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선보였고, 이들만의 카리스마도 연기 속에 녹여냈다. 하지만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평소 ‘음모’를 꾸미던 ‘마담’ 캐릭터에서 조금은 순수한(?) 느낌의 연홍 역을 맡았지만,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의 본류에서 조금 빗겨 있기 때문인지 별다른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김종서 역의 백윤식도 딱히 평가를 하기엔 평이했다.

 

내경의 아들 진형 역의 이종석은 확실한 마이너스다. ‘도둑들’에서 김수현이 다른 배우들에 잘 묻어갔던 것에 비하면, 이종석은 사극에는 좀 어울리지 않은 얼굴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색했다. 물론 이종석 탓만 하기엔, 캐릭터 자체가 갖는 힘이 워낙 약했다. 누가 맡았어도 될 무난한 캐릭터였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이종석은 약해도 너무 약했다.

 

 

 

 

 

 

‘관상’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물론 기대가 워낙 컸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초중반까지만 해도 분명 힘이 있었다. 아무래도 ‘관상’이라고 하는 소재의 참신함이 잘 발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수양대군’과 김종서’가 등장하는 지점부터 오히려 힘이 꺾이기 시작한다. 그 지점부터 ‘관상’이라는 소재가 극의 주변으로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부터 시작되는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서스펜스도 나름 흥미롭긴 하지만 이미 너무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송강호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관객들은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김종서가 죽고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다는 시나리오를 뻔히 알고 있는 관객들의 집중력은 흩트러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역사의 무게, 그 공허함이 짓누르기 시작한다. 물론 그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관상’은 후반부에 약간의 재미(?)를 선물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대결은 매력적인 역사 이야기이고, 불패의 신화를 쓰고 있는 소재라는 것은 분명하다. ‘공주의 남자’도 성공을 거두지 않았던가! 하지만 너무도 익숙한 역사 이야기는 되려 ‘덫’이 되어 돌아왔다. ‘관상’이라는 소재가 주변부로 밀려버린 것도 아쉽기만 하다.

 

영화 ‘관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흠.. 무당은 자신의 앞날을 점치지 못하고, 관상쟁이는 자신의 관상을 보지 못한다는 슬프고도(?) 허탈한 이야기가 증명되는 영화 ‘관상’ 정도 아닐까?

 

 

위의 평가처럼 이 영화가 나에게 준 느낌은 별 특이한 느낌은 없었다. 관상은 동양 사회에서 주로 유래되어 온 것으로 운명론에 입각한 사주팔자를 다루는 일종의 전통 관습이며 체계를 세운 통계학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점쟁이를 찿고 손금을 보고 묘지를 풍수가의 말에 따라 정하고 이장하는 등이 대부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운명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을 이용해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으로 사용해 온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삶의 현실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무언가 돌파구를 찿으려는 심리에서 이러한 풍습이 확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의 관상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면서도 시대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결국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감독이나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략 상영 2시간 가까이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서 졸기도 하고 거대한 스피커의 굉음에 놀라기도 하고 캐럭터가 분명하지 못한 배우들의 과도한 연기에 싦증도 나고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결국에는 흥행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만든 영화에 관객이 이용당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단지 그것을 위해 역사를 이용하여 여러가지를 가미한 픽션일 뿐이라는 생각에 별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개봉 열흘만에 관객이 500만이니 600만이니 뉴스에 뜨니 너도 나도 영화를 보러 가는 우매한 사람들 중에 내가 포함되었다는 아쉬운 생각만 들었다. '광해', '장희빈 사랑에 살다' 등 작가, 감독 등이 만든 영화, 그리고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역사의 인물을 뒤바꾸는 역활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현실이다. 몰론 실록이 전부 사실은 아니지만......

 

광해군, 정희빈 등 역사적 인물을 재평가하는 요즘, 우리 사회는 한국사 오류 문제로 진보와 보수 간에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역사 기록은 기록자의 주관적인 서술일뿐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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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편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젊은이들 

 

 

장장 2여 시간의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강남 뒷골목은 추석연휴로 인해 엄청난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젊은이들이 보인다. 옛날에는 아파트 주택청약을 받기 위해 모델 하우스 앞에 줄을 섰고 좋은 대학 입시지원서를 내기 위해 줄을 섰으며 점심시간 푸짐한 착한식당 앞에 줄을 섰다. 그러나 요즘은 인기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 유명하고 물 좋다는 카페, 소문난 착한식당, 유명 점쟁이 집, 각종 공연장, 운동 경기장 등에 줄을 선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잘 살기 위해서 줄을 섰지만 요즘은 먹고 즐기는 데 줄을 선다. 그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500여 년 동안 굶주리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오던 민족. 60~70년대 경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지금의 북한이나 중국처럼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모른다. 개발독재던 인권탄압이던 유신체제던 그 당시 정권이 어떤 문제가 있다손치더라도 오늘날 이처럼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결과이다. 4.19 혁명이 일어난 이후 한국 사회는 헉명 주체 세력인 학생들, 정치인 등이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었고 그 상황을 그대로 두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군사혁명이 있었고 군부의 강력한 사회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조선의 정치체제와 사회제도를 비판하듯이 역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완벽한 정치체제는 없었다. 그러나 오로지 한가지 강력한 개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백성들이 삶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 부국강병을 이룬 정권은 역사에도 그리 많지는 않다. 

 

스탈린은 2차대전에서 독일을 물리치고 승전국이 되었으나 스탈린의 강력한 장기 정권유지와 무차별적인 숙청으로 수많은 소련 국민들이 희생을 당하였다. 그러나 소련이 지금까지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경쟁을 해 온 강대국이지만 국민들이 풍요롭고 잘 살고 있지는 못하다. 중국은 모택동이 국공내전을 통해 부패한 장개석의 국민당 정권을 대륙에서 몰아내고 중원을 차지하였으나 그도 마찬가지로 국공내전, 중소갈등, 한국전쟁 참전, 티베트 침공, 반우파 투쟁, 대약진 운동, 홍위병의 문화대약진 등으로 통해 중국 인민들의 목숨을 수없이 희생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진통을 겪은 중국은 최근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인민들의 삶이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은 우리들의 50~60년대 수준 정도밖에 되질 못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정권들이 일당독재와 권력 유지에 부심한 가운데 수많은 백성들이 희생을 당했다. 북한의 김일성도 정권유지와 한반도 통일을 빙자하여 엄청난 북한 주민들을 희생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을 일으켜이 땅을 초토화 시키고 유엔군, 중공군, 국군, 민간인들의 희생으로 한반도는 먼지만 남았고 피로 강을 이루었다.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가난과 인권탄압, 굶주림을 참지 못하여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탈북자가 줄을 잇고 있으며 꽃제비들이 북한 지역 곳곳의 산하에서 굶주려 쓰러져 가고 있다.

 

또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어떤가? 한류문화가 봄바람 타고 퍼져나가는 향기처럼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유럽까지 전파되고 있다. 한국으로 가고 싶어 줄을 서고 한국인과 결혼이 곧 행복을 지름길이며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향집을 개량하고 땅을 사고 자식을 공부시키는 조선족은 또 얼마나 많이 들어와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가? 결혼이 어렵던 수많은 농촌 총각들이 외국인 여자와 결혼하여 이룬 다문화가정이 농촌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가? 이런 모두가 우리가 경제발전을 이루어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 방송사의 '가요무대'란 프로가 '독일로 간 청춘'이란 제목으로 독일수교 130년, 광부/간호사 등 근로자 파견 50주년을 맞이하여 독일에서 직접 교포들을 초청하여 가요무대를 방송하였다. 수많은 광부와 간호사들이 이미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되었고 광부와 간호사가, 또는 독일인과 결혼하여 정착한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한국 가수들이 부르는 옛날 노래에 방영 내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간호사는 그리스인과 결혼하여 40년 동안 고향 식구들과 연락이 두절된채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 하면서 지내던 여인으로 자신의 아들은 하바드 대학에 진학하였으나 불치병으로 죽었고 남편도 지금은 병상에 누워 있는 상태로 가요무대 제작진이 그녀를 초청하여 방송 무대에 그 여인이 나왔다. 그녀는 충청도가 고향이며 고향을 떠난지 40년이 지났지만 연락 한 번 못하고 살았던 여인이었다. 방송사에서 그녀의 고향 언니를 찿아 가 보고싶은 동생에게 보낸 영상편지가 나왔다.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보고파하는 언니의 사연이 나오자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던 중 사회자 김동근씨가 그녀에게 '언니'를 크게 불러보라고 했다. 그녀가 "언니~~!"하면서 두 번이나 크게 부르자 이내 무대 뒤에서 영상편지를 보낸 그토록 보고 싶던 고향 언니가 한복을 입고 깜짝 등장했다. 그녀들은 서로 놀라면서 반가워 껴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물론 이 만남은 방송사의 주선으로 만남이 이루어졌고 언니가 직접 독일 현지까지 와서 동생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두 자매는 서로 부등켜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장면을 본 방청객 교포들도 대부분 눈물을 흘렸다. 비행기 비용을 직접 마련하여 온 언니가 그 시간 이후 한국으로 동생을 대리고 와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묘소도 참배하고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고향 땅에서 며칠 머물다가 그리스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나왔다. 바로 이들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게 된 독일로 파견된 근로자들이다. 그들이 천 미터가 넘는 지하갱도에서 목숨을 담보로 열심히 일했고, 피비린내 나는 수술실과 병실에서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어내며 한푼 한푼 모은 돈이 고국에 보내졌고 그 돈으로 한국의 농촌이 개량되었고 가난을 벗어나면서 경제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은 그것을 기화로 서독에서 차관을 받을 수 있었고, 대일협상으로 일본의 차관을 받아 고속도로와 각종 조선소, 제철소 등 중공업 공장을 건설하였다. 또 월남에 파병된 맹호.청룡부대 등 한국군의 파병도 엄청난 국가 발전에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될 것이다.

 

 선배들의 이러한 희생 아래 오늘의 풍요가 우리 후손들이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고 굶주림과 기아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경제개발이었다. 이승만 이래 박정희를 제외하고 그 어느 정권도 이처럼 국민들에게 큰 혜택의 기초를 만들어 준 정권은 없다. 대부분 이념과 자신의 파벌의 권력향유에 전념하다가 국가부도사태 등 허송세월만 보냈고, 평화를 가장한 대북 퍼주기와 정상회담, 내수경기를 진작한답시고 카드 남발로 국민들을 대부분 빚쟁이로 만들었고, 과거사 정리와 이념투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등  자신과 가문, 파벌, 지역의 이익에 집념하였고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 노력은 별 흔적이 없는 정권들이었다. 그럭저력 보낸 정권을 비롯하여 국가 원수 유고 사태가 생기자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세력으로 하여금 하극상을 일으켜 대부분 경쟁자를 처단하고 냉큼 정권을 장악하고 엄청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인물을 포함하여 무능한 정권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박정희 정권도 인권탄압. 유신 등 독재와 장기집권을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지르다가 무너졌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남겨준 유산은 이처럼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혁신적인 위업을 이룩하였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과가 있듯이 어느 정권이라도 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결국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과를 탓하기 전에 그러한 과보다 공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삶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느냐를 살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발전이라는 그 풍요의 결실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일 정통 맥주집

 

 

우리는 가까운 정통 독일 맥주집을 찿아갔다. 그곳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 이런 추석연휴에 딸 부부와 같이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시니 마누라는 무척 즐거운지 연신 밝은 얼굴이다. 물론 나도 마음이 즐거웠다. 마누라는 백년 손님이라는 사위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700CC 가까운 큰 잔에 톡 쏘는 맥주맛도 일품이었고 안주는 간단한 야채로 했다.

 

사위의 이런 고마운 배려가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듯하다. 만약 미국으로 이주를 한다면 장인.장모를 같이 곁에서 모실 기회가 어쩌면 영원히 없을 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부산에서 올라온 피곤한 몸으로 이런 대접을 한다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정과 핏줄을 학인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어느듯 밤이 깊어지고 있었고 우리들은 맥주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조그만한 행복을 주신 신께 감사한다. 사지가 멀쩡하고 병든 몸이 아니고 일하면서 자식들의 삶을 확인하며 노년을 향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리 부부는 어쩌면 큰 행복을 맛보고 있는지 모른다. 자식들도 자라면서 큰 애를 먹이지 않았고 착하게 자랐고 남들이 어렵다는 결혼도 했고. 미래를 위한 설계를 꾸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연휴동안 본 한 방송 프로가 생각난다. 아토피와 피부가 곪아 썩는 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나온 뱀독과 약초로 만든 BK1, BK2라는 한 민간인이 개발한 신약이 효과가 좋다는 방송이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데리고 찿아가 약을 받아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방송을 보았다. 어린 청소년들이 아토피로 인해 밤새 가려움증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친구들도 없다는 등 죽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처절하였다. 그 약이 신약으로 정식 개발되기 까지는 생산 부지, 천연재료 채취 인원, 연구시설와 연구인력, 임상실험, 특허등록 등 많은 재원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제반 문제가 해결되어야 환자들에게 정식으로 돈을 받고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무허가 판매는 불법이라고 한다. 환자들에게는 절실한 약이지만 제반 제약조건으로 개인이 실행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런 자녀를 가진 수많은 가정의 부모들의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런 가정에 비하면 우리는 매일 감사하면서 살아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마누라와 한 컷

 

내일 등산은 우면산으로 가자고 했으나 마누라는 관악산으로 가자고 했지만 관악산은 악산이라 볼 것이 별로 없고 힘들기만 하다고 했더니 그럼 서울 둘레길 코스 중 선택하여 걷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코스가 서울 숲에서 출발하여 응봉산-금호동-배티고개를 지나 남산으로 가는 트래킹 코스를 가기로 했다. 그 길도 처음가는 길이라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리저리 찿아서 가야할 것 같다. 다음 주는 트레킹 코스를 소개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