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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영화제의 노출

 

 

대종상영화제의 노출

데일리안 | 기사입력 2007-06-10 10:29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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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출을 하는 것일까

[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이번 44회 대종상영화제에 여배우들이 풍만한 가슴이 돋보이는 도발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는 보도가 많았다. 가슴선이 깊이 드러난 아찔한(?) 드레스 차림으로 섹시한 몸매를 뽐냈다는 것이다. 이태란, 채민서, 왕빛나, 강성연, 전도연과 같은 여배우들에 집중됐다. 현영, 이윤지와 신주아의 초미니 드레스도 화제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섹시한 노출의 여왕 엄정화나, 김혜수가 나타나지 않아 실망한 모양이다. 당연히 이러한 스타 노출에 대한 비판도 있다.

길베르의 말대로 스타의 노출은 수많은 잡지들의 생계수단이다. 매체뿐만이 아니다. 연구 집단에게도 밥을 준다. 예컨대, 마돈나의 노출증은 많은 학자들을 먹여 살렸다. 학자들의 연구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스타의 노출증은 문화 산업 전체를 먹여 살린다.

대개 노출증이라고 하면 성기의 노출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델, 배우나, 작가 등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노출을 해야 한다. 자기를 끊임없이 드러내야 한다. 특이 보여지는 몸은 노출의 아이콘이다. 그것이 그들의 속성이자, 숙명인지 모른다. 왜 노출을 하는 것일까? 정신적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인터넷 네이키드 뉴스에 응시했던 미국 여성은 옷을 벗는 행위가 자신에게 자유와 재미 일종의 반항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즉 일종의 힘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성적 매력은 존재의 의미와 힘을 상징한다.

이렇게 노출은 ‘주목’과 연결된다. 주목 받는다는 것은 존재감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불황기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는 사회 심리는 존재감을 몸에서 찾는 심리로 볼 수도 있다. 불황은 개인들의 삶을 위축시킨다. 삶의 위축은 존재감의 위축이자 상실이 된다. 자아통제감은 사라진다. 한편으로 멋진 다리의 드러냄은 존재이유가 된다. 자아 통제감의 상승이다. 보는 이들은 육체적 매력을 통해 생물학적 생기를 얻는다.

노출은 존재감을 인정받는 동시에 그것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노출이 있는 한, 사람들의 시선은 사로잡힌다. 노출은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특히 여성의 노출은 남성의 시선에 굴복하는 것 같다. 남성들의 성상품화에 놀아나는듯이 보인다. 하지만, 곧 남성들을 지배한다. 결국 노출은 파워인데, 남성을 지배하는 힘이자, 돈을 지배하는 권력이 된다. 황진이가 자신의 몸을 통해 남성을 휘어잡은 것은 반드시 그녀의 기예만이 아니라 육체의 힘도 컸다. 무수한 동서고금의 여성들이 몸을 통해 권력을 뒤에서 좌지우지 했다.

그러나 무조건적 노출이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심리학회의 지적대로 거꾸로 자존감의 저하, 섭식장애, 우울증,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단순한 노출은 인격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노출한 스타의 지속성은 인격성에 바탕을 둔다. 하나의 몸 덩어리 자체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소모하다 버려진다. 끊임없이 소모적인 상품처럼. 이러한 심정이 들 때 부정적인 심리 상태가 심화되는데, 이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스타들에게도 나타난다.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한 행동은 진정한 존재감을 갖지 못한다. 생명력을 오래 갖지도 못한다. 미니스커트가 유행에 그치는 이유다. 또한 그것은 스타의 노출이 지니는 근본적인 속성이다. 길베르는 에로티시즘에 크게 기대는 스타들은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몸을 더 내놓을 때마다 점점 더 접근할 수 없는 존재(처녀)가 된다고 했다. 노출을 적절하게 구사할 때 가능한 일이다. 반면, 롤랑 바르트는 여성이 벗음과 동시에 성이 해체된다고 보았다. 지나친 노출에 대한 경고다.

예컨대, 마돈나는 스스로를 벌거벗는 척하지만,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가리거나, 소도구를 이용해 그 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방해하면서 몸의 가치를 높였다. 물론 그녀의 몸은 이를 통해 더욱 수많은 암호와 그에 따른 다의성을 가진다. 당연히 마돈나는 나쁜 여자다. 그녀가 이러한 방식으로 일부러 대중의 애를 태우기 때문이다. 마돈나의 몸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베일을 결코 벗지는 않는다. 이것이 그녀가 세계적 스타로 살아남은 배경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마돈나에게서 배울 점이다. 노출이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이유다./ 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