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한나라당 참패 의미

 

 

[기자수첩] 이유있는 한나라당 참패

[파이낸셜뉴스 2007-04-26 16:45]    


4·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비록 경기 화성에서 국회의원 한석을 건졌지만 충청권 민심이 반영된 대전 서을은 대패했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 6곳 중 5곳에서 패배했다. 26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 같은 선거 결과에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 흔한 농담 한 마디 나오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얼굴은 굳었고 사무처 직원들도 의기소침해 있었다. 당직자들은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연한 결과다. 재보선이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불거져 나온 공천 잡음. ‘돈 공천’ ‘후보 매수’ ‘과태료 대납’ 숨쉴 틈 없이 터저 나온 선거부정으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양심불량’이었다. 박근혜, 이명박 두 대선 주자도 잘한 것 하나 없다. 재보선 직전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은 “두 주자는 같은 장소에 가면서도 합동유세를 안 하고 따로 따로 유세를 했는데 후보 지원유세를 한 것인지 자기네 경선유세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전여옥 의원의 말처럼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지자체장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끔찍한 일을 유권자에게 했다.

남의 초상집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열린우리당도 꼴 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원내 2당인 우리당은 3곳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1곳만 후보를 냈고 패배했다. 대전 서을에서 출마하려던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후보 사퇴를 받아 내며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은 우리당이 공당인지 의심받기 충분하다. 민주당 역시 전남 무안·신안에서 승리를 쟁취했지만 ‘세습정치’ ‘지역주의’를 등에 업은 결과여서 이 또한 빛이 바랬다. 기초자치단체장의 무소속 당선 열풍은 이처럼 어느 한 곳 마음 둘 곳 없는 유권자의 처지를 잘 반영해 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을 수 없다.

/courage@fnnews.com

 

 

[황정미의 정치읽기]이명박·박근혜 ''독자승리론''에 대한 경고

[세계일보 2007-04-26 16:39]    

4.25 재보선이 한나라당 참패로 끝났다. 승승장구하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2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참패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고 지도부 인책론이 터져나왔다. 재보선이 끝난 다음날이면 열린우리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낯익은 풍경이다.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못한 우리당의 ''무승(無勝) 행진''은 한나라당 참패의 그늘 속에 가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이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라는 새로운 대결구도에서 치러졌음에도 종전의 ‘반노무현 정서’ ‘정권심판론’에 기대어 선거를 치른 점을 주요 패인으로 분석한다. 열린우리당이나 통합신당모임 등도 이번 선거를 반한나라당 구도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애초에 범여권 진영은 이번 재보선을 그런 구도로 짰다. 우리당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출전한 대전 서을에 출사표를 던진 박범계 변호사를 주저앉힌 것이나, 민주당 김홍업 후보가 나간 전남 무안·신안군에 후보를 내지않고 김 후보 선거운동을 도운 것이 그렇다. 범여권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보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긴 하나 우리당 간판으로 후보를 낼 형편도 못 됐다.

 

그러나 선거기간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를 만들어준 건 한나라당이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전을 비롯해 선거 현장을 누비며 “12월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두 주자의 경쟁적인 선거 운동이 부각되면서 지역현안에 대한 이슈는 묻혔다. “정계개편에 관심없다”던 심대평 후보도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공세가 심해지자 “당선되면 한나라당을 견제하겠다”고 대결 구도에 불을 지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보선을 반한나라당 진영의 승리로 만들어준 건 한나라당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이라는 양자 구도에서 한나라당은 단일한 전선으로 묶여있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우산 아래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가 각기 뛰었다. 대선 서을과 전남 무안·신안군에서 두 사람의 공동유세가 이뤄지지 못한 게 단적인 사례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의 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재보선 불패 신화’를 이어가 경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는(박근혜), ‘당심’을 잡기위해 당 기여도를 높이겠다는(이명박) 경선 전략적 차원에서 경쟁을 벌였다.

 

선거를 진두지휘한 중앙당 지도부의 책임과 별개로 두 주자의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연유에서다. 두 주자의 무한 경쟁에는 누구든 경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된다는 ‘독자승리론’이 깔려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주자는 범여권 진영의 어느 후보와 양자대결을 해도 큰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니 경선전 통과를 위해 사생결단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경선에서 이기면 다른 사람은 대선 기간 수수방관할 것이라거나, 아예 다른 살림을 차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 지는 꽤 됐다. 일각에서는 이미 두 진영이 ‘섀됴우 캐비닛’(예비 내각) ‘섀도우 청와대 조직’을 짜놓은 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재보선은 보이지않는 한나라당의 ‘분열’에 따른 패배이며, 그 틈새를 가져온 ‘독자승리론’에 대한 경고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전략가는 “한나라당 전부도 아니고 어느 한 후보의 힘만으로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망상’을 깨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했다.

 

2002년 당시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6월 지방선거에 이어 8.8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국민경선제로 뽑힌 노무현 후보는 재보선 참패 다음날 신당 및 후보 재선정 논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노풍’의 몰락을 지켜본 노 후보는 결국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아야했다. 이번 재보선이 “합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는 대선 승리의 법칙을 범여권 진영뿐 아니라 두 한나라당 주자에게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황정미 정치전문기자 bir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