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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블랙홀' 정국...

 

 

꼬리 무는 의혹…‘검증 블랙홀’ 빠져드는 정국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6-14 19:06 | 최종수정 2007-06-14 23:21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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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싼 도덕성 검증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이전시장측), “당당하게 검증에 임할 것”(박전대표)이란 진화 노력과 달리 새로운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전시장은 부동산 등 재산문제가, 박전대표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遺産)’이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대선정국이 의혹 검증의 ‘블랙홀’로 빨려드는 양상이다.

 

이전시장의 경우 그동안 ‘설(說)’로만 돌던 명의신탁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전시장이 1982년 충남 옥천의 임야 2필지 50만1000여평(현 시가 10억여원)을 처남 김재정씨에게, 또 서울 서초구 양재동 5층 건물을 94년 김씨와 형 이상은씨가 대주주인 대부기공(현 다스)에 각각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전시장을 채무자로 충북 옥천농협이 근저당권(190만원)을 설정한 점도 명의신탁 의혹을 부풀렸다. 70년대 행정수도 건설 추진 당시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 옥천군 동이면과 접경지라는 점에서 사전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의혹도 제기됐다. 이전시장이 사들이기 직전 땅이 2필지로 분리된 점도 의혹을 부추겼다.

 

이전시장측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선포했다. “옥천 임야의 경우 현대건설 사장 때여서 구태여 명의신탁을 할 필요가 없다”(박형준 대변인)는 이유다. 통상 명의신탁을 위한 근저당 설정의 경우 차명 소유자가 마음대로 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실소유주가 채권자로 근저당을 설정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땅을 사들인 시점에 대해서도 당시 정부가 임시수도 계획을 공개한 2월과 투기방지용 ‘임시행정수도 특별조치법’을 제출한 6월보다 나중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친인척과의 잦은 부동산 거래 동기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당장 옥천 땅의 경우 “쓸모 없는 땅을 처남에게 넘긴 이유가 뭐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박전대표는 정수장학회와 마찬가지로 부친인 박전대통령 시절 재산 강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강탈-유산-비리-지도자 자격 의혹’으로 이어진 구조도 비슷하다. 영남대 전신 청구대학 이사장이던 전기수씨의 4남 재용씨는 기자회견에서 박전대표의 영남대 이사장·이사 시절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전씨는 우선 68년 청구대와 대구대의 강제통합 과정에서 정권의 압력으로 학교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문이던 시인 이모씨(청구대 교수)가 중간에 개입했다고도 했다. 그는 “30년간 이날을 준비했다”면서 “학교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복수하고 싶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전씨는 박전대표가 친분이 있는 고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을 요직에 앉혀 재단과 대학을 사기업화했고, 이들이 재단소유 부동산(34건) 처분, 불법자금 편취, 공금횡령, 부정입학, 공사대금 유용, 회계장부 조작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박전대표측은 “고비마다 박근혜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제기돼온 사안의 하나”(김재원 대변인)라고 일축했다. 김대변인은 이미 88년 국정감사에서 박전대표가 강탈 과정이나 비리 등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정당당하게 검증에 응할 것이다. 더욱 구체적인 자료들은 추후 검증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호·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