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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명절이혼

 

흔들리는 부부…‘명절 이혼’ 경계경보

[동아일보 2007-02-20 16:21]    

[동아닷컴]

회사원 조영호(가명·32) 씨는 지난 추석 직후 이혼을 결심했다. 조 씨는 부인 유소영(가명·34) 씨와 결혼 후 크고 작은 문제로 다투어 왔다. 그러나 이혼할 만큼의 큰 싸움은 아니었고 바로바로 화해도 했다. 이런 그들이 이혼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추석 명절에 시댁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추석 며칠 전 부부싸움을 한 뒤 감정이 풀리지 않았던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시댁을 찾았다. 시댁 식구들은 음식을 만드는 유 씨에게 “웃는 얼굴로 하라”며 나무랐고, 유 씨는 “나도 사람인데 내 감정을 숨기면서까지 거짓으로 웃고 싶지 않다. 식구들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남편에게 화풀이를 했다. 소곤소곤 대화하던 부부의 목소리는 커졌고 급기야 폭언과 폭행이 오갔다. 시댁식구들이 싸움에 끼어들어 조 씨의 편을 들었고, 분을 참지 못한 유 씨는 시어머니에게까지 폭언을 하기에 이른다. 남편 조씨는 1년여의 결혼 생활을 끝낼 결심으로 최근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명절 스트레스’가 부부간 갈등을 부추겨 이혼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1~7월의 이혼 신청 사건을 분석한 결과 명절을 전후로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많았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설 연휴 직후 수원지방법원에서만 50쌍의 부부가 이혼했다.

 

지난해 공개된 대법원의 자료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쉽게 엿볼 수 있다. 결혼한 지 15년이 다 되도록 명절 때마다 친정에 가지 못한 며느리가 추석 때 동서를 친정으로 보내는 시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고 이혼한 사례, 부인이 친정 제사에서 음복을 하고 행패를 부린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행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기소된 남편,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제사를 거부해 가족의 따돌림을 받거나, 제사를 지낼 때나 성묘를 갔을 때 다른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사를 듣고 합의 이혼한 사례가 있었다.

 

시댁 및 처가에 가는 문제, 고부간 문제,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동서간 문제, 처가 식구들과 사위 간 갈등 등등 평소 묵혀왔던 감정까지 복받쳐 급기야 명절 직후 법원으로 달려가 이혼 신청서를 내고 마는 것이다.

 

가정법률 전문가 고순례 변호사는 “명절 이혼까지 이르는 부부들은 이미 감정의 골이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명절 이후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화해가 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절 동안 해묵은 감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부부가 서로 배려하고,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내 역시 기왕에 시댁에 갈 바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시댁과 남편도 며느리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저서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에서 행복한 결혼을 위한 7가지 제언을 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배우자의 아픔을 이해하라 △자신의 욕구만을 즉각적으로 만족시키려 하지 마라 △경제적인 책임을 함께 져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기술을 갖춰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존중하고 그것에 성실하라 △아이와 놀아줄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생의 진정한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 등이다.

 

그는 “우리들은 서로 다른 점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결혼생활을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격 차이를 현명하게 조율하지 못함’이 정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