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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우면산의 여름 26 :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우면산의 여름 26 :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내방역 근방 주말 오후

 

모처럼 주말 오후에 내방역 근방 다이소에 들러 여러가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였다. 비가 갠 오후라 맑고 청명한 하늘이 아름답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그런 하늘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겠다. 삶이 찌들고 마음이 황당하고 급하면 맑은 하늘이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서울역에 기거하던 노숙자들을 모두 쫓아낸다고 한다. 노숙자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불결하고 험오스러운 모습에 모두 찬성할 것이나 입장을 바꿔생각해보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며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큰 도싱 어디를 가나 노속자들은 반드시 다 있다. 그들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기거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방법은 없을까?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 보도되었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도 시작되었다. 산으로 바다로 가족과 연인들이 휴가를 즐길 것이다.죽음을 불사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물과 산으로 향하지만 언제 어떠한 불행이 다가올지는 모른다. 즐기기 위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을 가득메우고 잇다고 보도되었다. 얼굴들은 피둥피둥하고 부티들이 나는 사람들이다. 먹고 사는데는 전혀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한번 부를 누리는 위치에 올라가면 누구나 개구리 올챙이 시절은 까마득하게 잊고 살게 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러한 가진자들의 삶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에 이름이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역사에는 반드시 성군과 충신만이 이름이 남는게 아니라 폭군과 역적들도 이름이 나온다. 정의와 불의가 종이 한 장 차이듯이 충신과 역적도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오디션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며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듯하다. 지난번 합창단이 성공적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게되자 이번에는 연령대를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창단으로 모집하는 오디션 현장이었다.

 

저마다 구구절절한 지난온 인생의 억울하고 잔잔하며 가슴속 슬픈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듯하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보고 싶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노년 부부를 포함하여 애절한 사연들이 가슴 찡하게 올려온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양봉을 한다는 한 사람은 서울시립 합창단 출신으로 유창한 노래 실력을 뽐내며 나타나 당당함에 박수를 받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왔다며 합격하면 지휘자에 순종할 것이라 한다.  글쎄......아직도 자만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데......

 

진흙 속에서 용이 승천하듯,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찿아내듯 한사람 한사람이 나올 때마다 장내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사람들......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즐겨찿는 다이소 점포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오디션은 반칙입니다...노래만 집중해서 들을 수가 없네요"

7월17일 KBS 2TV '해피선데이' 코너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이 방송된 후 한 네티즌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말그대로 청춘합창단 오디션은 반칙이였고 오디션 기준이 되야했던 노래 만을 들을 수가 없었다. 노래는 그저 포장물이었고 그안의 진짜 선물은 노년의 삶과 꿈이었기 때문이다.

 

 

 

'청춘합창단'의 기세가 놀랍다. 당초 52년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데다 '재탕' 우려까지 받으며 시즌1에 비해 기대감이 떨어졌던 '청춘합창단'은 매회 황혼층들의 감동스런 이야기와 삶이 버무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소외됐던 어르신들의 꿈과 힘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극찬 일색이다. 특히나 젊은층들의 급격한 유입은 '청춘합창단'이 단지 중장년층 전용 기획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젊은 시청자들은 '청춘합창단'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투영시켰고 수십년 후 자신의 모습까지 대입시켰다.

어르신들의 힘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합창단을 위한 노래 오디션이건만 노래 실력은 사실상 '청춘합창단'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노래는 그저 그들의 존재를 나타내는 표현도구일 뿐이요, 숨겨놨던 꿈에 대한 투시물이었을 뿐이다. 시청자들이 '청춘합창단'에 눈물을 흘린 건 단순히 노래에 의한 감동이 아닌 노래로 뿜어져나온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에 대한 존경 때문이었다.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무반주로 부른 '만남'. 홀로 남을 어머니를 걱정하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 충분히 혼자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는 한 어머니. 80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 10대 소녀 못지 않은 순수함으로 "가장 행복하게 노래를 불렀다는" 할머니...

이 뿐인가. 자식을 잃은 후 노래로 슬픔을 이기며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부부. 세계적 호텔의 CEO이지만 버려둔 꿈을 위해 합창단에 도전한 사장님. 조수미와 견줄 정도로 한국 성악의 촉망받는 스타에서 병으로 노래를 포기한 후 15년이 넘도록 세상을 등친 채 양봉업을 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며 지원한 한국의 꿀포츠.

이들의 이야기는 다름아닌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의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결국 시청자들은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감동과 전율을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분명 '남격 청춘합창단'의 오디션은 반칙이다. 노래를 지켜봐야 하는 오디션이지만 청춘합창단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시청자들을 울리기 충분했다. 앞으로 이들이 그려가야할 하모니, 또 이들이 마지막 합창무대를 끝내고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벌써부터 두려운 반칙이다.

김형우 기자 cox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