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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사이비 집단 감별법

 

 

사이비 집단 감별법

 

컬트(cult) 또는 소종파(小宗派)는 대개 사회의 급변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전쟁이나 기아, 혹은 급격한 근대화에 기존의 종교나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한 사회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지 못할 때, 새로운 정신적 구심점을 찾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인간은 소종파 운동에 가담하기 쉬운 것이다.

 

에세네파

가장 대표적이며 연구 대상으로 널리 언급되는 소종파 운동은 예수 등장 직전의 이스라엘에 있던 유대교 종파 에세네파일 것이다. 에세네 파는 소종파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스라엘인 야훼의 선택을 받았다는 선민의식, 선민의식에 따르는 결백성, 페쇄성, 자멸성, 급진적 혹은 근본주의(원리주의)적 성향 등이다.

 

에세네파는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존경을 받으리만큼 철저히 종교적이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의 교사"로 여기는 자의식은 상대적으로 다른 이스라엘인을 타락한 것으로 보는 선민의식으로 대중화되지 못했고, 이러한 대중화되지 못한, 결혼조차 부정하는 극단적인 성향은 결국 자멸의 길에 이르러 오늘날 문서로만 존재하는 종파가 되고 말았다. 이는 임박한 심판을 예언하던 한국의 소종파에서도 결혼을 부정하는 극단적인 성향으로 소멸하거나 쇠퇴하는 일부에서도 발견된다. 에세네 파는 철저한 도덕성으로 대부분의 종교사가들로부터 일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인민사원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소종파라면 집단 자살을 이끈 미국의 " 인민사원"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소종파가 한 사회 이상에서 지속적인 종파가 되려면, 즉 자멸하지 않고 존재하거나 나아가서 주류 종파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즉 토대로서 한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나타나야 새로운 신자를 획득할 수 있고, 기존의 종교나 이념이 급변기의 일반 대중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지 못하여야 하며, 교주나 창시자의 카리스마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있어야 하며, 후계자가 창시자의 카리스마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메꿀 교리와 조직화가 필요하며, 새로운 신도들을 획득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시자인 교주 이외에 이론가, 조직가, 행정가 등등의 인재가 소종파를 지탱시킬 정도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적인 소종파

한국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기독교적 소종파 운동을 보면 새주파, 남방여왕, 백남주, 황국주, 대성모 정득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소멸하였다. 이들 기독교적 사이비종교들은 대부분 강력한 치병등의 신비주의 능력에 의존하였고, 이론적인 토대가 거의 없어 창시자의 사망 이후 소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로마 가톨릭의 소종파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의 성모 마리아의 출현을 믿는 '나주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나주에서 성모마리아가 출현했다는 주장을 기적이 아니라고 보아, 인정하지는 않는다. 집단 자살로 널리 알려진 인민사원이나 천국의 문, 일본 옴진리교도 소종파 운동의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갱정유교"를 표방하는 한국의 "청학동"도 소종파 운동으로 볼 수 있다. 또 한국의 생태주의 공동체, 대안학교 운동도 소종파 운동 혹은 소종파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비종교적 소종파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소종파 운동과 비슷하지만 종교성을 띠지 않는 소종파 현상(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cultization)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종교성만 배제된 소종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가 아닐 뿐 소종파 운동의 특징인 선민주의, 극단성, 폐쇄성, 비합리성, 결백성 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좌파, 혹은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극단적인 환경운동을 주장하는 생태주의의 일각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생태운동은 과학을 거부하고 적대시하며, 신비주의적인 색채, 나아가서 샤머니즘적인 색채까지 가지고 있다. 묘하게도 소종파 운동에는 좌우파, 그 중 극우, 극좌적인 입장을 가리지 않고 하나가 되기도 한다. 동물 애호 운동을 그 예로 들 수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동물학대 반대 운동은 어느 정도 좌파적인 급진 운동이지만, 극우적인 사람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고, 이는 외국에서 특히 심하다. 개를 먹는 것을 일체의 야만으로 규정하는 브리짓트 바르도가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의 당수의 동거인이라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음모론

이러한 소종파현상은 소종파가 되기 전에는 단지 중등학교에서 일진회, 이진회 등에서 보듯이 또래 집단의 초기 갱단같은 소집단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주거를 같이 하지 않는 넓은 범위의 사람이 같은 믿음을 공유할 때는 음모설, 음모론으로 나타난다. 구심점은 없지만 하나의 동일한 소수의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 음모론으로 본다면 음모론의 대표는 세계정부론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악마의 사주를 받는 세계정부가 이 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세계정부 음모론은 또한 개신교의 비주류교단에서 자주 보인다. 가톨릭을 사탄의 종교로 보는 안식교나 역시 가톨릭을 적그리스도로 보고 성당기사단 장미십자가단을 거친 프리메이슨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성서침례교회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반사회적 소종파(사이비종교)의 특징

소종파중에는 인민사원, 옴진리교, 천국의 문,백백교,영생교,JMS등의 반(反)사회적 소종파 즉, 사이비종교들도 있는데,이들의 특징에 대해 스위스의 사이비종교상담가 위고 슈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체주의적인 구원 논리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생활을 포기하고 광신 집단 안에서 고립되어 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게 엉터리들의 꾐에 빠져들 수 있는가'라고 단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원론이나 영적인 착취 집단에 빠져드는 것은 지성과는 별 상관이 없으며, 주로 우리들의 생활방식, 사회적 추세, 심리 상태와 종교성 결손 등에서 비롯한다. 전체주의 집단 이념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대개 감성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이며 무언가 다른 가치와 삶의 영원불변한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성공과 능력만이 만물의 척도가 되는 세계에서 패배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러한 시대 경향에 따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가상의 구원 세계로 침잠하여, 종파의 우두머리를 지도자라고 믿으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세계를 몰락으로부터 구원하려고 하는 이들의 희망을 이해한다.이들이 불행한 것은, 속고 이용당하고 있으며 하나님과 세상에 실망한 나머지 한쪽 눈이 멀어서 주저하지 않고 행복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이들이 단순히 희생자에만 머물지 않고, 교화 과정을 거쳐 전체주의 체제를 재생산하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사이비종교-그 마력과 중독성에서 벗어나려면》/위고 슈탐 저/홍성사의 '글머리에'중에서

호킨스 박사의 사이비 집단 공통점 열가지.


-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돈이 지도자의 개인용도로 쓰인다.


-지도자의 이름만 올려도 존경보다는 요란한 감탄이 쏟아진다.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저쪽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도자는 고귀한 영이 인도하며 대 재앙을 예언한다.


-가르침에 취할 점은 많으나 조직이 순수하지 못하다.


-지도자의 속임수를 알아도 다른 사실로 미화한다.


-조직내에 계급이 있고 승진하려면 돈이 꼭 따른다.


-가르침보다는 지도자에게 아첨과 선물이 횡행한다.


-타 종교를 끌어와 기괴한 의식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자랑한다.


-수입 자체를 고스란히 조직에 바치라는 교리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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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집단 감별법

 

이른바 엽기 수련원 사건이 그 실체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 호기심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재산도 없고 많이 배우지 못한 중년들이 유사 종교 단체에 혹했다면 요즘엔 나이·학력·재산 등과 상관없이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불안과 수명은 늘어나는 데도 준비되지 않은 노년에 대한 공포 등 부정적인 감정은 넘쳐나는데, 어디 기댈 곳은 없고, 마음은 자꾸 공허해지니 그 틈을 타서 사기꾼들에게 걸려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거나 혹은 겉으로는 사람이 끓지만, 진정한 관계는 지속하지 못하는 이들이 사기 집단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집단 사기극은 꼭 종교를 표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다단계 회사, 정신 수련원, 동호회, 교육 및 강의 등등 여러 가지 모습을 표방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마지막까지 그 본질을 모르는 채 늪에 빠지듯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 마침내 발을 빼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비 집단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가장 꼭대기에 있는 지도자가 집단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지 아닌지 봐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재산을 불리거나 명예를 높이려는 의도가 확실하다면, 아무리 훌륭한 설교와 강의를 한다 해도 일단 사이비라고 봐야 한다. 구성원 각자의 건전한 판단, 비판정신을 처음부터 차단하고 무조건적인 복종과 순명을 강조하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공자·부처·예수 등 모든 위대한 종교 지도자들이 남긴 족적을 보면, 보통 사람들로선 감히 생각도 못할 가르침들을 남기면서도 추종자들의 질문이나 생각들을 일단 경청하고 그에 대한 답을 성실하게 해 주는 등 건강한 의사소통법을 충분히 활용했다. “의심 없이 내 말을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독재자나 사이비 교주다. 또 집회에서 개인이 자아를 잃는 망아 상태가 돼 환청·환시·망상 등에 빠져 정신병적인 증후를 보인다면 이는 확실한 사이비 집단이다. 마귀가 보인다, 주님의 말씀이 들린다, 세상이 모월 모시에 망한다 하는 식의 병리 현상은 철야 단식 기도를 하는 등 스트레스가 강한 상황에서 집단 히스테리를 유발하기도 한다. 성적 접촉, 개인 간의 금전 차입 등등 은밀한 거래를 해서 만약 집단에서 나오면 비밀이 노출되니 강한 수치감·상실감·배신감·분노가 밀려와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하는 것도 사이비다.

만나는 횟수, 같이 지내는 시간을 늘리면서 구성원들에게 집단최면을 거는 것도 특징이다. 같은 말을 여러 사람에게 자주 들으면 허황된 소리도 결국엔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성폭행·혼음 등 혼자서는 감히 하지 못할 일들을 집단에서 저지르는 것은 본능을 조절하는 내적 감시 체계가 집단 앞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그렇다고 할 때 아니라고 하는 이들과, 그들의 별난 의견도 포용해 주며,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해도 협박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집단이 건강하다. 뉴스를 보다 보면 독재와 집단히스테리는 꼭 북한이나 엽기 수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전염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신과 전문의 융 분석심리학자 이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