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표현과 품격, 그리고 신뢰와 믿음...
조명과 분수
우린 지난 정권의 노대통령의 언어표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솔하고 책임감없이 내뱉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간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한마디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만큼 생각이 깊지 못하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주변 참모들도 마찬가지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양 아첨 떨며 보고하는 간신배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확인과 점검도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함부로 내뱉는 한마디가 당연히 잘못된 내용이라면 비판 받아야 할 것이다.
사람의 몸속에서 내뱉어지는 대소변을 비롯하여 언어 등 모든 것은 더럽기 그지 없다. 언어는 좋은 말보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경우가 많은데, 비난하고 속이고 가식적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함부로 사실인양 내밷는 경우가 그렇다.
권위가 높을수록 처신과 언행의 신중함은 반드시 격에 따라 갖추어야 할 덕복이다. 권위가 없다는 것은 격이 없다는 것이며 경솔하고 표리부동하다는 뜻 일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람을 보는 다른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으며 권력이 있다면 앞에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간신배들만 우굴거릴 것이다. 정제된 한마디 한마디가 주는 권위와 엄정함은 그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말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하여 진위를 분명히 밝히고 책임을 지는 믿음과 신뢰가 가는 지도자를 갖지 못한 것이 우리들의 슬픔인가?
-서초동-
조명과 분수
대통령 '소통'과 '화법'의 문제 다시 드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권총협박’ 발언이 언론계와 정계에 불필요한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야당과 청와대 대변인 사이 격한 설전에 이어 오보논란 등 이 대통령의 발언이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무엇이 과장됐는지 사실규명은 없고 격한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이 헤프닝은 또 다시 적당히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겠지만 적어도 청와대에서는 이 문제가 주는 교훈을 다시 정리하여 대통령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열심히 국정을 챙기고 고뇌하며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진정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목소리가 폄하되거나 희화화 된다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 참모들의 역할이다. ‘진실과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면 아무리 ‘라디오 정례회담’이나 ‘대통령과의 대화’를 반복해도 이 대통령의 국민을 향한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돼 허공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건 개요와 쟁점을 정리하면 문제점과 대안이 나온다.
권총협박 발언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2009년 12월 2일자 4면 <MB “나도 대선 때 권총협박 받은 적 있다”>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나도 지난 대선 때 어느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협박을 하러 와서 놀란 적이 있는데, 경호원들이 붙잡고 봤더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
이 기사에서 적시된 사실(facts)은,
1)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협박하러 왔다.
2) 경호원들이 붙잡았다.
3)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선때 이런 일이 있었다면 매우 중대한 사건이고 후보자입장에서는 이슈화 시키기 좋은 사안인데 왜 이런 호재를 조용히 넘겼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더구나 한국은 총기소지가 금지됐는데,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왔는데’ 그냥 돌려보냈다니 논리적, 법적으로 무리한 표현이다. 저널리스트가 합리적 의심을 추궁하지않고 보도하는 경우는 주로 취재원을 위한 선전 기사에 이용되는 방식이다. ‘선의를 가지고 보도한 글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운 케이스’에 해당될 수 있다. 야당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번 권총 협박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4대강 사업처럼 ‘앞으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거부해서는 안 된다. 세종시 약속 불이행으로 이미 대통령의 신뢰는 크게 훼손되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국가원수를 초청한 만찬회 석상에서 대통령이 직접 밝힌 비화가 ‘날조된 거짓말’이라는 항간의 의구심은 국익 차원에서라도 속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신뢰’를 거론하며 사실상 ‘날조된 거짓말’쪽으로 판단하며 ‘진실’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궁지에 몰린 청와대는 발언 당사자 대통령은 보이지않고 한때 방송사 앵커를 지낸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나섰다.
김 대변인은 12월 4일 브리핑을 통해 "당시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지난 대선 당시 권총 위해 협박을 받은 바 있다'며 박 전 대표의 안부를 물었고, 이 대통령 측이 신고를 해서 용의자를 붙잡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용의자는 대통령 사저에까지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론은 전했다. 김 대변인이 주장하는 사실(facts)의 일부는 이렇다.
1) 이 대통령측이 신고를 했다.
2) 신고로 용의자를 붙잡았다.
3) 용의자는 대통령 사저에까지 갔다.
문제는 이명박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이 12월 3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권총 협박’을 둘러싼 논란을 설명한 부분이 또 다른 의혹을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한 사람이 전화를 해서 어떤 뭐 신분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자기가 총기탈취범인데 이명박 그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 협박을 하고 총으로 어떤 뭐 그 위협을 했습니다. 총 소리로 전화기에 탕탕탕 뭐 이렇게 하면서 살해 위협을 하고 그랬습니다. 그 당시에 댁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협박이 왔었습니다.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미디어오늘 12월3일자)
여기서 적시하는 사실(facts)은 위의 주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1) 전화를 통해 살해 위협을 했다.
2) 살해위협이 전화기에다 입으로 ‘탕탕탕’ 하는 식이었다.
3) MB가 직접 받은 전화도 아닌 ‘아주머니’가 받은 전화를 통해서였다.
‘사저에 직접 권총을 들고 왔다. 경호원이 잡았다. 경찰에 신고했다’ 등에 관한 내용은 없거나 무시되고 있다. 당시 선거캠프에 있었던 측근의 증언인만큼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렇게 드러난 사실, 상반된 사실의 조각들을 합성하여 어떤 해석과 주장을 하든 그것은 각자의 판단이다. 나는 이 대통령의 잦은 구설수,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 때문에 ‘대통령의 화법’을 망치고 국민과의 소통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과 진의조차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에 참모들은 입을 다물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은 ‘합리적 의심’조차 하지않고 선전선동 기사에 몰두한다. 가히 저널리즘의 실종을 우려한다. 이 대통령이 얻는 것은 불신이고 잃어가는 것은 신뢰다. 벌써 인의 장벽에 둘러싸인 이대통령. 국민은 또 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보는 불운의 동반자가 될 것인가.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cykim200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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