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발화에서 붕괴까지>(종합)
연합뉴스기사입력 2008-02-11 03:53 최종수정2008-02-11 04:35
국보 1호 붕괴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0일 오후 국보 1호 숭례문에서 발생한 불은 불과 5시간만에 국보 1호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것은 이날 오후 8시50분께.
택시기사 이모(44)씨가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숭례문 계단을 올라간 것을 목격한 직후 숭례문 누각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이씨가 신고를 하는 사이 이 남성은 유유히 사라졌다.
신고를 받고 약 3분 뒤 현장에 도착한 소방 당국은 고가 사다리차와 소방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훈소상태'(연기만 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지붕 속 적심은 기와에 싸여 있고 방수처리까지 돼 있어 소화를 위해 뿌린 물이 쉽게 스며들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불길은 보이지 않은채 연기만 새나와 화재가 진압되는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9시55분께 화재비상 2호를 발령했고 40여 분 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을 지휘관으로 하는 화재비상 3호를 내렸다.
잡힌 것 처럼 숭례문 속 깊이 웅크리고 있었던 불은 바람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국보 1호 붕괴 |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소방당국은 11시20분께 냉각수 대신 거품식 소화 약제인 `산소 질식제'를 진화에 투입했으나 불길은 커져만 갔다.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은 진화를 위해 오후 11시50분부터 `마구잡이'식 지붕 해체 작업을 전격 감행했지만 뿌린 물이 얼어 붙어 지붕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누각 위쪽에서 일기 시작한 불길은 주위를 훤히 밝힐 정도로 숭례문 전체를 휘감았다.
불은 11일 0시25분께 누각 2층을 완전히 뒤덮었으며 0시58분께 지붕 뒷면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어 누각 1층으로 번진 불은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다 1시54분께 누각 2층과 1층 대부분을 `와르르' 무너뜨려 버렸다.
이후에도 잔불 진화작업이 밤새 진행됐지만 이미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보 1호와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가슴은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버린 뒤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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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숭례문 화재와 국민의 정신적 상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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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것은 1971년의 대연각호텔 화재사건이 처음이었고 그날은 성탄절이었다. 그때처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현장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망연한 표정은 더 큰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도 서울의 모든 소방력을 동원하고도 눈앞에서 완전히 불에 타 숯덩이로 무너져 내리는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바라본 국민의 마음도 시커먼 숯덩이가 됐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목조건축문화재의 안전과 함께 진정성(Authenticity)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를 느낀다. 목조건축문화재는 공예품이나 전적류 등 일반의 동산문화재와는 달리 특정 장소에 고착돼 있고 내부에 실용 공간을 담고 있기 때문에 외기에 노출돼 있으며 사람의 사용에 대응한다. 따라서 목조건축문화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일정한 풍화와 손상을 피할 수 없고, 문화유산으로서의 진정성 역시 일반의 예술품과 다른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 때문에, 1999년 세계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멕시코총회에서 채택된 ‘역사적 목조건조물 보존원칙’에서는, 최소한의 필요한 범위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취급하며 전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낡거나 손상된 부재의 교체는 물론 화재 감지기와 예방시설 등 현대적 설비의 추가 설치까지도 보존 방법으로 수용하고 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지붕을 뜯어내는 결정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사전에 목조 문루의 아랫 부분에 방수총을 설치하는 등의 예방 조치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적 관리 주체의 문제도 문화재 보전관리의 차원에서 새롭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체제에서 문화재 관리는 그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의 행정 전반을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유산의 종합적 활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전문직을 두지 않고 일반직 공무원이 순환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많은 문화유산은 그것이 가지는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치 유무에 따라 홀대받거나 난개발돼 장터처럼 혼잡스러워지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있다. 문화유산이 주변의 도시 사회와 떨어져 고고한 성을 쌓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각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문화재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일반 행정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협력해나가는 관리체제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그로써 문화재청은 지나치게 몰리는 업무량을 줄일 수 있고 본연의 정책과 제도 수립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숭례문 소실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채울 수 없는 정신적 상실감을 남겼다. 형태를 아무리 완벽하게 재현하더도 불에 탄 시커먼 잔해의 영상들이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이 문화유산의 가치는 단지 외형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일반인의 문화유산 접근 제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유산의 보전 의무만큼 향유 권리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전봉희 / 서울대 교수·건축학,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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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너무 안타까운 숭례문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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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서울의 관문이요 한국의 상징이다. 이러한 숭례문의 전소는 국가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숭례문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문화적 대재앙을 당했던 임진왜란에도 소실되지 않았다. 그후 일제 침략과 한국전쟁 등 숱한 환란속에서도 꿋꿋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해 왔다.
숭례문의 소실은 보안불감증이 빚어낸 사고임에 틀림없다. 보안관리는 뒷전인 채 개방부터 하고 본 행정주의 발상이 낳은 참사인 것이다. 숭례문은 지난 2005년 앞 광장이 개방된 데 이어, 2006년부터 숭례문의 중앙 통로인 홍예문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숭례문이 개방될 당시 삼성 계열사 보안업체 에스원이 숭례문의 무인경비업무를 담당했는데, 기본적인 화재 감지기 없이 적외선 감지기만 작동했다고 한다. 소방시설이라고는 소화기를 몇 대 비치한 수준에 그쳤다.
숭례문의 경비는 올들어 KT텔레캅으로 바뀌었으나 보안 관리를 강화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KT텔레캅이 무상으로 경비서비스를 제공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숭례문 보안감시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썼는지 짐작이 간다. 국보 1호 문화재에 상주 관리 인력이 야간에는 1명도 없고, 무인 경비시스템에만 의존해 왔다니 어이가 없다. KT텔레캅은 계약체결 당시 약속한 실시간 영상보안서비스를 가동하지 않아 자사 기업이미지 홍보에만 열을 올리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적외선 감지기가 울린 후 경비요원들이 출동했으나 소방관들보다 늦게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처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화재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으며, 숭례문 화재를 단순한 진화작업으로 일관하는 등 상황을 오판해 결국 참사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특히 문화재청은 그동안 목조 문화재에 대한 방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문화재에 대한 보안의식이 거의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보안불감증 공화국이라는 말이 재현되는 느낌이다. 숭례문 화재에 앞서 우리는 어이없는 참사들을 여러번 경험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낙산사 화재 등은 안전과 보안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우리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주요 문화재에 대한 화재방지 대책을 점검ㆍ보완해 나간다고 뒤늦게 부산을 떠는 모습이다. 또다시 사후약방문 조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대책마련에 나서는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재난에 대한 긴장의 끈을 한순간도 놓아서는 안된다. 숭례문 화재도 체계적인 감시ㆍ경보 시스템을 갖춰 초동진압을 제대로 했으면 누각이 전소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재난에 대응하는 정보기술을 이용해 국가 방재시스템을 첨단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난에 대한 대국민 행동 요령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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